- 안철수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공약에 부모들 부글부글 (2017.04.11. 서울경제)


본 기사에 덧붙여 정리하면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병설 유치원 신설 자제, 사립 유치원 독립 운영 보장'가 오보였다고 밝혔다. 원래는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사립 유치원 독립 운영 보장'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부모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렇다. 병설과 단설 모두 국공립유치원이며, 병설보다는 단설을 학부모들이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쨌든 간에 국공립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설립을 자제하겠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그 대상은 병설보다 좋은 단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유치원 대기자 명단에 올리고, 당첨이 된 부모는 기쁨에 울고, 탈락이 된 부모는 걱정에 우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불난 집에 제대로 기름을 부었다. (+이 공약을 발표한 곳은 사립 유치원 교육자들이 모인 자리였고, 국공립 신설을 자제한다고 하니 그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는 별개로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놓지 않고 아이를 낳으라고 얘기하는 정부의 정책에 참 황당하다. 돈 없는 사람만 슬픈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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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새로운 하이브리드인 아이오닉을 내놓았다. 연비 22.4km/L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라고 자부하고 있다. 맞수를 토요타의 프리우스로 잡았는지 기사마다 프리우스는 잡히고, 멈춰야 하고, 심지어 죽임까지 당한다.
- 현대차 아이오닉HEV, 프리우스 킬러되나 (2016.01.14. 지디넷코리아)

조금 황당하다. 이유 몇 가지. 첫째, 아이오닉 연비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혼다의 피트만 해도 연비 25km/L은 거뜬하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지 않을 뿐이다. 피트가 렌트카로도 쓰이는 걸 보면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차인 것 같다. 둘째, 프리우스보다 연비 좋은 차는 많다. 혼다의 시빅 투어러는 연비 42.6km/L로 세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혼다 시빅 투어러 연비 42.6㎞/ℓ…꿈같은 '세계 기록' (2016.08.31. 뉴시스)

차는 연비가 우선이다. 다음에 차를 산다면 뭘 사야 하나 둘러보는데 연비 좋은 국내차라고 해서 보면 20km/L에 못 미치는게 대부분이다. 연비 좋은 해외차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고, 국내차와 비슷한 수준의 연비를 가진 것들만 수입되는 것 같다. 뭔가 음모가 있는 걸까.. 아마 일본에서 렌터카를 타지 않았다면 나도 아이오닉이 최고라고 생각했을까..

나도 연비 좋은 차 타고 싶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해외차 구매의 자유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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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이었을까. 누가 그렸는지 모를 이미지가 온라인에 등장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체 카톡방에 웬 짤방 하나가 등장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작은 시작 하나가 또 다른 시작을 낳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정성들여 포토샵까지 해서 친히 재미있는 짤방을 만들 줄이야!






그 중에 내가 모은 일부의 이미지를 보자. 정말 일부였다.(순서는 어느 정도 생략됨)



















카카오톡의 캐릭터인 네오가 등장하더니, 복주머니가 늘어나고, 허니버터칩이 등장했다가, 인터스텔라까지!!!

이런 발상과 상상력은 어디서들 나오는지...

설 연휴 무료한 분들이 많았는지 잉여력을 폭발시켜 모두가 하나되어 이런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해학과 풍자의 민족으로서 참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닌가!


이것은 아마 작년에 온라인에서 시작된 으리 열풍이 대중 앞에 서게 된 것과 비슷한 류의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어제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 몇이 위대한 탄생에 나온 권리세가 어떻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가보다 하고 인터넷창을 켜니 검색어 순위에 레이디스코드와 권리세가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문득 '이 친구들이 이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쳤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이게 웬일? 대구에 방송 녹화를 갔다가 복귀하던 중 새벽에 교통사고로 멤버 하나가 죽고 리세를 포함해 2명의 멤버가 크게 다쳤다는 것. 레이디스코드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예뻐 예뻐'가 내 귀에 아른댔다.


  목숨을 잃은 멤버는 92년생의 은비였다. 같이 차에 탄 멤버와 관계자들도 다치긴 했지만 그 중 리세와 소정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리세는 머리를, 소정은 안면을 다쳤다고 했다. 특히 리세는 7시간째(사고 소식을 접한 오전 기준) 수술을 받고 있었다. 그 날 오후 경과에 따르면 11시간 동안 수술을 하다가 뇌의 부종이 심해 경과를 지켜본 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나 더 슬픈 것은 부상을 입은 소정이 사고가 난 9월 3일 생일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의 생일이 가족과 같은 멤버이자 친구의 기일이 된 것이다.


  레이디스코드의 팬 뿐 아니라 일반 네티즌들까지 슬픔에 잠겼다. 한 네티즌이 은비의 평소 소원을 들어주자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은비의 소원은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하는 것. 은비가 본인들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I'm Fine Thank you'를 멜론에서 스트리밍하자고 했다. 3일 저녁 발매된 지 1년이 된 'I'm Fine Thank you'는 멜론 순위 1위가 됐다. 이 운동은 벅스뮤직, 지니 등 다른 음원사이트로 확산되었고 4일 새벽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1위가 되었다.


오늘 하루만 I Cry

영원히 행복하길 Good bye

가끔은 내 생각에 웃어도 좋아

I'm fine thank you

Thank you

(레이디스코드의 'I'm Fine Thank You' 中)


  나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노래를 들어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가사 때문이었다. 은비가 가족, 멤버, 팬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괜찮으니 그만 울고 잘 지내요'라고 오히려 우리를 달래주는 기분이었다. 데뷔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20대 소녀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신나게 무대에서 노래하고 멤버들과 재잘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즐겁고 행복했을 텐데... 뒤늦게라도 꿈이 이뤄지도록 네티즌들은 힘을 모았고 늦었지만 은비는 하늘에서 1위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세월호도, 이번 교통사고도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내게도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든다. 역시 사람 인생은 어찌될지 모르는 것. 20대의 청년과 70대의 노인 중 누가 먼저 죽을 것 같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무조건 나이가 많은 70대 노인이 아닌 것처럼 오늘 건강하게 만난 사람을 내일도 무사히 만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인간이 위대해도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예견하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여기서 일이란 work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의미한다. '여행 가고 싶다', '맛있는 게 먹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고 '돈이 더 생기면 해야지' 혹은 '시간이 더 나면 해야지'라고 하면 아예 그 작은 기회마저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용기를 내서 시도하자. 조금은 무모할지라도 매일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그 시간들을 모아놓고 보면 정말 뜻깊은 시간들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려고 한다. 남의 시선이 신경도 쓰이겠지만 원래 인생은 혼자 사는 것.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만 집중해서 마이웨이를 걸어야지.


  오늘 오전 은비의 발인이 진행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은비타민'이라고 불리는 밝고 착한 아이가 결국 갔다. 왠지 나랑 친한 동생 하나가 가버린 느낌이라 괜히 슬프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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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내 삶의 목표를 다시 생각하고 배움에 대한 욕구를 불태웠던 때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12년 12월에 있던 대선 결과 발표 후, 두 번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후였다.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가치관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여느 대형사고와는 다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과 상실감, 박탈감을 안겼다. 국민들은 매스컴과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배가 가라앉는 것, 구조하는 모습, 실종자가 사망자가 되는 것까지. 다른 사고와는 달리 발 빠른 대처만 있다면 배 안에 갇힌 탑승객을 구출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안타까움만 더해갔다. 현재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아직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된 상태다. 일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구조작업에 대해 네티즌들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설마 그럴까 하고 믿고 지켜봤다. 그러나 4일째인 토요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데, 왜 국민은 진실을 들을 수 없는 것인지, 왜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구해달라고 빌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이 세월호 침몰 사고 역시 핵심은 간단했다. 배가 침몰했고 시간은 얼마 없으며 모두가 합심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신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민국은 동상이몽이었다. 언론은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지 경쟁하는 듯 했다. 정계는 이것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정부는 숨기기 급급했으며 그 수장은 책임을 회피했다.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할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들은 물론 실종자 가족들까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길이 없어 혼란에 빠졌다. 사고발생 12일째인 오늘도 여전하다.


  이전까지의 나는 역사를 배우고 싶었다. 고조선부터 근현대사에 이르는 역사를 공부하고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미래의 대한민국은 미리 대처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진실을 볼 줄 알고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에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약한데 어떻게 사랑하는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됐다. 내가 힘이 없으면 나라에서 나와 가족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정부에게 그나마 있던 믿음이 사라졌다. 씨랜드 화재 참사로 아들을 잃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어떤 분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조금씩 침몰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또 내 조국을 떠날 생각까지 하는 내가 밉다. 그렇지만 나는 내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생각하며 공부하련다. 생존을 위해 영어를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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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 아이는 1년 정도 그럭저럭 성실하게 학원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학원에 나오지 않았다. 3일인가 4일 정도 있다가 학원에 나타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전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이 아이에게 선생님은 다짜고짜 네가 여기서 가장 성실하지 않다고 윽박질렀다.

  아이는 할 말을 잃었다. 사실 학원에 오지 않은 동안 집안에 큰 일이 있었다. 연락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도무지 정신이 없었다. 지금의 밝은 모습을 의심할 정도로 며칠 간 인생 최고로 어둡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이야기를 선생님께 할 수도 있었겠지만 본인만 피곤해질 뿐, 이건 단지 변명에 불과하다, 그렇게 결론내렸다. 더군다나 선생님이라면 아이가 학원에 나오지 않았을 때 전화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아이가 학원에 다시 나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의 잘못도 있고 앞으로는 학원에 잘 다녀야겠다고 다짐한 아이였지만 갑자기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학원에 가기 싫다. 사람은 왜 학원에 다니는가.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공통점은 학원에 다니는 사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닌다는 것.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이렇게 강압적인 곳이라면 답답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교나 사회에서 구성된 모임에서 잘 활동하는 사람이 갑자기 몇 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다 다시 모임에 나오기 시작한다면? 당신이라면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네가 가장 활동을 안 했어."라고 몰아세운다면 앞으로 잘 나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원래의 결심대로 잘 나올까?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높은 장벽을 세운 채로 활발한 활동만을 강요한다면 그것도 참 웃기다.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생일은 언제인지 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아놓고 모두 네 잘못이다는 투. 좋자고 모인 사람들을 강제로 묶으려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마음이 떠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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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18대 대통령 선거일. 내가 표를 던지는 두 번째 대선일이다. 이번 대선만큼 전운이 감도는 대선이 또 있나 싶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노년층과 젊은층 등 국민들을 양분하여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모두 옳지 않다. 가치와 이념을 떠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설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외세에 의해 나라를 되찾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여 국가와 국민의 의미가 무엇인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내부에서 할 시간이 없었다. 특히 선거권은 치열한 투쟁을 거쳐 간절한 마음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그저 주어졌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뽑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왜 내가 굳이 투표소까지 가서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투표하는 것이 권리라면 투표하지 않는 것도 개인이 가진 권리라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면접은 기업이 구직자를 고르는 것만이 아니라 구직자도 기업을 고르는 쌍방향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취업시장이 이렇게 어려운 마당에 고를 상황이 되나? 되면 무조건 간다. 우리는 직장상사도, 회사대표도 고를 수 없다. 누군가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함께 지내야 한다. 신기한 것은 우리동네를 대표하는 정치인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까지도! 선거권은 우리에게 주어진 임명권이다. 5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대통령 임명권을 포기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서민의 음식이라며 떡볶이를 먹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면서 자기들이 국민의 종인 것처럼 행동하다가 당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철판을 까는 정치인들을 보면 속이 터져 참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반성없이, 아무런 고민없이 정치인은 다 똑같은 거라고 아무나 되라는 태도는 더 참을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외세의 침입 속에서도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고 지키려고 하는, 정신적으로 성숙되고 올곧은 분들이었다. 나라를 사랑했고 후손들을 생각했다. 그런 분들이 우리의 조상이니 지금 우리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단지 과거에 몇 백년에 거쳐 했어야 할 투쟁과 고민들을 하지 않아 지금 하는 거라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서로 싸우고 아파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은 우매하지만 우매한 대중들을 깨우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12월 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무리 춥더라도 투표소로 가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나 하나로 인해'로 바뀔 수 있음을 우린 유치원에서부터 들었다. 5년동안 후회하지 말고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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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이 됐다는 그 기쁨에 폴짝대던 나를 잊을 수 없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부러웠지만 괜찮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재미가 있었으니까.

  점심을 혼자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제일 좋았다. 종강 후부터 거의 매일 점심을 혼자 먹었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혼자 먹으니 맛있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대부분은 정말 평범한 집밥을 먹었다. 이래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실로 그랬다. 혼자 있으면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있었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안 좋은 생각만 할 때도 많았다.

  회사 선배들이 언니 같고 오빠 같다고 느껴졌다. 진지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는 것이 학교 과제를 하거나 동아리 모임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가 다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여의도는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더 정치적인 곳이었다. 당사 앞에는 수시로 집회가 열렸으며 4·11 총선과 18대 대선 때문에 항상 북적였다. 학교에서 공부하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이 떠오르며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괜히 웃음이 났다.

  6월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자기 전에 매일, 내일 출근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일요일 저녁이면 왜 내일은 월요일이냐며 툴툴댔다. 눈은 가리면 되고 입은 떼지 않으면 되지만 귀는 막을 수 없었다. 진작부터 소리에 민감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날 이렇게 괴롭힐 줄은 몰랐다.

  그래도 10월에 내 이름을 걸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되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8월 말부터 수퍼바이저 없이, 고민에 대한 답도 스스로 내리고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답답하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답답했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다행히 잘 끝났다. "처음인데 잘했다. 고생했다."는 한 마디를 듣고 싶었던 내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꿈이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소리만 질렀다.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여의도를 떠난다. 물론 더 야근을 많이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겠지만 괜찮다. 9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나름의 답을 내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직 난 초보니까 초보의 마음으로, 항상 배우는 자세로 성실하게 잘 일하고 싶다.

  여의도여, 안녕! 여의도는 내게 내가 학교에서 들은 전공수업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 곳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진정한 정치란 무엇인지 등. 여의도여, 안녕! 이제 나는 더 멋진 내가 되기 위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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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비싼 가구들이나 좋은 음식들이 있는 곳에 있으면 평생 여기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작고 낡은 내 집에 오면 역시 집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어떠하든 집은 ‘편안함’이고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나츠메 우인장’의 주인공 나츠메 타카시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이 집 저 집 오가며 신세를 지며 이제는 고등학생. 그는 4기 11화에서 본가가 팔려 허물어질 예정이라는 얘길 들었고 12화에서 본가에 찾아간다. 본가의 열쇠를 갖고 있는 집에 갔는데 그 집에서 살았던 유년시절 이야기가 13화(완결)까지 펼쳐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츠메 우인장 4기 13화를 보고 있던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나츠메는 신세를 지고 있던 주인집 아저씨에게 받은 옛날 집 주소를 껴안고 신사에서 잠이 들어버린다. 깨어보니 밤이었고 비가 심하게 와 돌아갈 수 없었다. 주인집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츠메를 찾게 되었다. 그러자 주인집 딸이 왜 우리 부모님이 네가 잘못한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냐고 때린다. 어린 나츠메는 울컥하는 마음에 집으로 달려간다.

  “시로마치. 시로카와를 따라서 서쪽으로 쭉. 거기에 우리 집이 있어. 돌아가자. 돌아가자. 나의 진짜 집으로. 이제 텅 빈 집으로. 아빠.. 아빠.. 아빠..”

  아빠를 부르며 아무리 달려도 나츠메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

  집이란 무엇일까? 우리 집이란 어떤 곳일까? 사람들은 태어나거나 자란 곳이 고향이자 집이라고 하겠지만 그곳이 나를 아프게 한다면, 나를 더 이상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돌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만들어낸다. 돌아가면 아프다.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집이다. 너의 집도 그의 집도 아닌 ‘우리 집’. 그 집에서는 과거의 생각을 꺼내지만 않으면 완벽하다. 가끔은 내가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의 집 역시 완벽한 편안함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결함이 있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적어도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만은 가득하다.

  시즌의 마지막에서 나츠메는 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츠메 우인장 4기 13화 중 나를 슬프게 만든 대사들.

-“돌아가야 해. 어라? 어느 집으로 말이지?”

-“진짜 집에 가면 좀 더 잘 아빠를 기억해 낼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잔뜩 생각나서 많이 아파지게 되면...”

-“시로마치. 시로카와를 따라서 서쪽으로 쭉. 거기에 우리집이 있어. 돌아가자. 돌아가자. 나의 진짜 집으로. 이제 텅 빈 집으로. 아빠.. 아빠.. 아빠..”

-“실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불렀다. 그럴 때마다 역시 대답해 주는 건 없다고. 아무리 불러봐도 손에 닿지 않는 게 있다고. 그로부터 결국 다다르지 못했다. 길을 잃고 몹시 지치고. 그리고 불러도 대답해주지 않는 것을 부르는 걸 그만두기로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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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동안 더위에 시달려 피로한 몸을 풀 겸 텔레비전 앞에 앉으면 다양한 국가,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의 결과를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400m 자유형 결선에서 아픔을 딛고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도, 슬럼프를 겪고 체급을 변경해 노장의 투혼을 보여준 송대남 선수도,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내줘도 좋다”고 말한 김현우 선수도 모두 대단하다.

  올림픽 경기를 보며 처음으로 소름이 끼쳤던 적이 있다. 펜싱 개인 사브르의 김지연 선수가 승리했을 때, ‘도마의 신’인 양학선 선수가 두 번째 시도에서 완벽한 착지를 선보였을 때이다. 선수들의 가슴 벅찬 기쁨이 내게 전달되었다. 마치 내가 그가 된 것 같았다.

  선수들은 하루 혹은 단 몇 분, 몇 초를 위해 쉬지 않고 달린다. 잠, 밥, 훈련의 연속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목표와 방향이 정해지면 앞으로 간다.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마다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 25년을 살면서 나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몰입한 적이 있는가. 대학에 가기 위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이었는가.

  단적인 예로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정규 영어 교육을 받았다. 10살 때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나는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을까? 자의든 타의든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하길 원하고 영자 신문을 거침없이 읽고 싶어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간절히 그것을 꿈꾸면서도 몸은 그에 따라가지를 못한다. 간절하면 간절한 만큼 몸이 움직여야 하는데 바쁘다, 해도 되지 않는다, 등의 핑계를 대며 피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의 마음으로 충분히 몰입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나는 안 될까, 하며 고민만 하다가는 영원히 남 탓, 상황 탓만 한다. 고민할 시간에 1cm라도 움직이자. 그것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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