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 몇이 위대한 탄생에 나온 권리세가 어떻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가보다 하고 인터넷창을 켜니 검색어 순위에 레이디스코드와 권리세가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문득 '이 친구들이 이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쳤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이게 웬일? 대구에 방송 녹화를 갔다가 복귀하던 중 새벽에 교통사고로 멤버 하나가 죽고 리세를 포함해 2명의 멤버가 크게 다쳤다는 것. 레이디스코드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예뻐 예뻐'가 내 귀에 아른댔다.
목숨을 잃은 멤버는 92년생의 은비였다. 같이 차에 탄 멤버와 관계자들도 다치긴 했지만 그 중 리세와 소정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리세는 머리를, 소정은 안면을 다쳤다고 했다. 특히 리세는 7시간째(사고 소식을 접한 오전 기준) 수술을 받고 있었다. 그 날 오후 경과에 따르면 11시간 동안 수술을 하다가 뇌의 부종이 심해 경과를 지켜본 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나 더 슬픈 것은 부상을 입은 소정이 사고가 난 9월 3일 생일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의 생일이 가족과 같은 멤버이자 친구의 기일이 된 것이다.
레이디스코드의 팬 뿐 아니라 일반 네티즌들까지 슬픔에 잠겼다. 한 네티즌이 은비의 평소 소원을 들어주자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은비의 소원은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하는 것. 은비가 본인들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I'm Fine Thank you'를 멜론에서 스트리밍하자고 했다. 3일 저녁 발매된 지 1년이 된 'I'm Fine Thank you'는 멜론 순위 1위가 됐다. 이 운동은 벅스뮤직, 지니 등 다른 음원사이트로 확산되었고 4일 새벽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1위가 되었다.
오늘 하루만 I Cry
영원히 행복하길 Good bye
가끔은 내 생각에 웃어도 좋아
I'm fine thank you
Thank you
(레이디스코드의 'I'm Fine Thank You' 中)
나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노래를 들어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가사 때문이었다. 은비가 가족, 멤버, 팬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괜찮으니 그만 울고 잘 지내요'라고 오히려 우리를 달래주는 기분이었다. 데뷔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20대 소녀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신나게 무대에서 노래하고 멤버들과 재잘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즐겁고 행복했을 텐데... 뒤늦게라도 꿈이 이뤄지도록 네티즌들은 힘을 모았고 늦었지만 은비는 하늘에서 1위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세월호도, 이번 교통사고도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내게도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든다. 역시 사람 인생은 어찌될지 모르는 것. 20대의 청년과 70대의 노인 중 누가 먼저 죽을 것 같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무조건 나이가 많은 70대 노인이 아닌 것처럼 오늘 건강하게 만난 사람을 내일도 무사히 만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인간이 위대해도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예견하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여기서 일이란 work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의미한다. '여행 가고 싶다', '맛있는 게 먹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고 '돈이 더 생기면 해야지' 혹은 '시간이 더 나면 해야지'라고 하면 아예 그 작은 기회마저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용기를 내서 시도하자. 조금은 무모할지라도 매일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그 시간들을 모아놓고 보면 정말 뜻깊은 시간들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려고 한다. 남의 시선이 신경도 쓰이겠지만 원래 인생은 혼자 사는 것.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만 집중해서 마이웨이를 걸어야지.
오늘 오전 은비의 발인이 진행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은비타민'이라고 불리는 밝고 착한 아이가 결국 갔다. 왠지 나랑 친한 동생 하나가 가버린 느낌이라 괜히 슬프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