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쑤언시장은 우리나라의 동대문시장 같은 곳이다.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상인들의 바쁘고 거친 움직임에 여기저기 치이기도 하는 곳이다.

옷과 가방,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저렴한 선물들을 사기에도 좋다.

하노이를 떠나기 전에 다시 들러서 선물들을 사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엄청난 걷기가 시작된다.

저녁에 차로 40분 거리로 떨어진 마사지샵에 가는 걸 제외하고는 호안끼엠 호수 부근에서 호치민묘 부근까지 종일 걸었다.


호치민묘를 가기 위해 걷다보니 진한 노란색의 성당이 하나 있었다.

1930년에 지어진 끄어박성당인데,노란색 표면이 황금처럼 빛나 보였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꾸민 인테리어들이 아직 남아있어 경건함까지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주석궁과 호치민묘는 점심을 먹은 후에 가기로 하고

그 전에 바딘광장쪽으로 먼저 가보기로 했다.

들어갈 수는 없어 까치발을 하고 두리번두리번, 사진을 찍었다.

공산주의 국가임을 알려주는 듯 차도 중간에 사상을 알리는 선동적 그림이 있었다.


바딘광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호치민묘에 가든 밥을 먹든 어쨌든 우리가 돌아온 길을 돌아가야 했다.

시간도 12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우리가 간 곳은 꽌안응온(Quán Ăn Ngon)이다.

베트남어로 '맛있는 식당'이라는 뜻으로, 베트남의 대표음식들을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다.

여행책자에도 이곳은 꼭 들러야 하는 맛집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배도 고프고 맛있다고 하니까, 유명하다니까 기대가 엄청 됐다.


여러가지 음식을 맛보고 싶은 마음에 종류별로 하나씩 시키기로 했다.

쌀국수, 닭고기 구이, 소고기 구이와 맥주 한 병을 시켰다.

호텔 조식 이후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처음 먹어보는 쌀국수.

국물이 맑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닭고기 구이는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살짝 당황했다.

견과류가 곁들여진 소금에 찍어서 먹었다.

대나무에 넣고 찐 밥도 함께 나왔는데 밥인지 떡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세 번째로 나온 음식인 소고기 구이도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내가 살짝 흥분하자 오빠가 메뉴판을 내밀었다.

(계산서가 베트남어 뿐이라 헷갈리지만) 55,000동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2750원 정도.

베트남은 관광객을 일순간에 화나게 했다가 순식간에 재주가 있다.

가격을 보고 "뭐야 뭐 이렇게 비싸!"라고 했다가 "아.. 내가 오해했구나"라고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어쨌든 다른 음식들에 느꼈던 약간의 분노도 잠시 가라앉혔다.

하노이에서 현지음식을 먹으며 하노이 맥주를 먹으니 낙원이 따로 없었다.


음식을 배불리 먹고 드디어 떨리는 계산타임.

베트남에서 식당에 가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자리에 앉으면 주는 일회용 물티슈를 생각 없이 뜯으면 안 된다.

무료인 것처럼 주지만 절대 무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빠가 호치민에 다녀와서 해준 이야기 중 명심하고 또 명심한 이야기가 이것이었다.

꽌안응온이 우리가 처음 간 식당이었기 때문에 난 들어가면서부터 중얼거렸다.

"물티슈 쓰지 말자, 쓰지 말자.."

오빠는 손도 찝찝하고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냥 쓰겠다고 했다.

맞다. 정말 얼마 안 한다.

2000동, 그러니까 100원이다.

꽌안응온에서 거하게 먹고 나온 총 금액은 379,000동(약 18,975원)이었다.

예산보다 많이 쓰긴 했지만 유명한 식당에서 밥 먹은 것 치고는 괜찮지 뭐, 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티투어의 메인인 호치민묘로 돌진!

Golden Spring Hotel에서 9시까지 오라는거 일정이 늦어질 것 같아 8시까지 가기로 했다.

정리가 좀 늦어질 것 같다며 조식을 먼저 먹고 있으란다.


겉으로 볼 때는 레스토랑이 넓어보였는데 테이블 4~5개 정도 있는 소규모.

조식 부페는 모든 메뉴를 다, 웬만한 잘 먹어보자는 생각이라 두리번 두리번.

빵 몇 조각과 볶음요리를 담고 즉석에서 해주는 쌀국수를 들고왔다.


베트남에서 처음 먹어보는 쌀국수!

일반 쌀국수였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다니!!

오빠랑 신이 나서 쌀국수를 먹었다.

내일도 꼭 조식을 먹자고 다짐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좋지도 않은 호텔의 조식에 나오는 쌀국수가 이 정도인데 맛집은 얼마나 대단할까, 하고 기대했다.


하노이에서의 두 번째 날이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첫 날.

호치민묘 등 하노이의 역사적 명소를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1. 환전 : 미국 달러 → 베트남 동(VND)

2. 수상인형극 예매

3. 하롱베이 여행사 위치 파악


환전소가 어디 있는지 호텔 안내데스크에 물었더니, 자기들이 환전을 해줄 수 있다고 하여 바로 거래했다.

현재 갖고 있는 베트남 동을 확인하고 혹시 있을 분실에 대비해 오빠와 내가 나눠서 가졌다.


* 환전 : 250달러=5,125,000동


환전을 끝내고 지도를 보며 여행사 위치를 파악한 후 수상인형극을 예매하기 위해 극장으로 갔다.


극장에 도착하면 티켓박스에 예매 가능한 시각과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연말이라 그런지 오후 8시 등 우리가 원하는 시각은 이미 매진이 되어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인형극을 보기 힘들 것 같아 몇 분을 고민했다.

그러자 직원분이 9시 15분 것이 있으니 그걸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괜찮았다.


* 2등석 : 60,000동=3,000원 / 총 120,000동=6,000원


수상극장이 있는 곳은 하노이의 핫플레이스.

한숨 돌릴 겸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베트남에 꼭 오면 쌀국수 외에 꼭 먹어야 할 것이 커피다.

베트남은 아시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데, 진한 커피에 연유를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의 스타벅스라고 하는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에 갔다.

스와로브스키가 있는 건물의 3층에 있어서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면 하노이 중심가가 한 눈에 보인다.


* 커피 2잔 : 58,000동=2,900원


여행 일정을 잠시 점검하며 쉬다가 다음 목적지인 동쑤언시장으로 출발했다.


베트남 거리에는 오토바이가 참 많다.

직접 보면 정말 깜짝 놀란다.

많아서도 놀라지만 엄청난 오토바이 행렬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하노이 사람들의 모습에 더 놀란다.

오빠는 호치민에서 오토바이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약간 적응이 된 상태였지만 난 '어머머'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도로를 어떻게 지나가라는 건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여유를 찾았고 현지인 비슷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하노이 여행의 준비는 엄청 순식간에 이뤄졌다.

특히 짐 싸는 건 전날에 캐리어 열어놓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집어서 끝냈다.

체크리스트 만드는 것도 귀찮다..

여권과 지갑, 선글라스 정도만 여행 중에 갖고 다닐 가방에 넣고

미리 인쇄해둔 지도와 바우처는 오빠랑 내꺼 나눠서 캐리어에 넣었다.

끝!


겨울에 동남아 갈 때 옷은 어떻게 하냐고

아마추어 아니잖아요~

얇은 옷 여러 개 껴입고 패딩으로 마무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레깅스와 히트택을 벗었다.

패딩 대신 바람막이로 마무리!

벗은 옷은 모조리 캐리어에 넣어서 부쳤다.

다들 겨울옷인데 우리만 가을옷이라 살짝 당황ㅋㅋ


홍콩, 일본, 필리핀, 미국, 캄보디아, 그 외 몇 번의 제주도.

나름 비행기를 좀 타본 사람답게 하노이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국도 혼자 가봤는데 베트남이야 뭐..

게다가 짐 싸기의 달인, 동선짜기의 달인, 오빠와 함께라니 걱정할 것도 없고.


자동출입국심사는 언제 통과해도 신난다ㅋㅋ

내가 엄청 앞서가는 사람이 된 기분?


비행기에서 (대한항공보다 덜) 맛있는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중간 방송 나오면 화면이 끊긴다든가, 착륙과 이륙 즈음에는 시청이 안 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


도착은 잘 했는데 짐 찾는 곳이 너무 더뎌서 거기서만 거의 30분을 허비한 것 같다.

11시쯤 나와서 유심칩을 구매하고, 택시를 타러 갔다.

블로그 글에서 읽은대로 믿을만한 택시회사의 택시를 타려고 눈치작전..

어떤 기사가 25달러를 달래서 제끼고 걸어가는데 어떤 기사가 18달러를 달라고 했다.

콜!


30분 정도 달려서 예약을 해둔 Golden Spring Hotel 한 12시쯤 도착.

근데 웃긴 건ㅋㅋㅋㅋㅋㅋㅋ

거기 남자 직원이 우리 방 전기에 문제가 있어서 자기네들 파트너 호텔에 하루 묵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별로 멀지도 않고 자기랑 택시 타고 같이 가면 된다고 했다.

하루 있어보고 괜찮으면 이틀 다 거기 있어도 되고 아니면 내일 아침에 자기 호텔로 오란다.

뭐지 이 사기 스멜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갸우뚱하며 도착한 곳은 Lotus Hotel.

방에 딱 들어갔는데 이건 웬 모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일정 전에 원래 호텔에 가서 짐 내려놓자고 결정했다.

여튼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도착해서 정말정말 다행이었다!!!

11월 말부터 연말에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12월이 되자 여행을 꼭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휴가 일정을 잡았고 여행지를 정했으며 항공권을 예매했다.

이 과정이 거의 2~3일만에 이뤄졌다.


여행지를 정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가봐서 아는 곳이기에 편한 방콕에 갈지, 많이들 가는 대만에 갈지, 동남아 중에 가보지 않은 베트남에 갈지..

저렴한 항공권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 대만을 갈까도 했지만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

호치민에 갈 수도 있었으나 한 나라의 수도에 먼저 가보고 싶었고 오빠가 최근에 호치민에 다녀왔기 때문에

호치민은 나중에 시엠립에 가게 되면 프놈펜 갈 때 들르기로 하고 이번 여행에서는 제했다.


베트남에 가자! 야호!



1. 항공권


하노이에 가는 항공권은 구하기 쉽지 않았다.

저렴하면 1회 경유에 편도로만 10시간 정도 걸리고, 자리가 있으면 비쌌다.

오빠랑 나랑 왕복 티켓이 150~160만원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오빠가 아는 여행사를 통해 아시아나 직항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132만원 정도에 마일리지 적립까지 가능!


27일(토) 저녁에 출발하는 티켓을 사려다가 오전에 출발하는 저렴한 티켓이 있길래 혹했으나

하필 토요일 오전에 업무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서 정말 슬프게도 포기... (아마 15만원 정도? 저렴했던 걸로 기억한다.)

마음 편하게 떠나기 위해 28일(일) 저녁에 출발하는 걸로 예매했다.



2. 일정


28일(일) 저녁에 출발해서 3일(토) 새벽에 인천에 도착.

5박 7일의 일정이다.

이번 일정의 가장 큰 이슈는 2014년의 마지막 날을 어디서 보내느냐였다.

하노이에 간 김에 하롱베이도 가는 것이 좋다기에 가기로 결정했고, 이왕 가는 거 배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29일(월)에는 시티투어를 하고, 30일(화)~31일(수)에는 하롱베이,

1일(목)~2일(금) 하노이에서 새해를 맞고 쇼핑을 하는 일정으로 정했다.

세세한 일정까지는 짜지 않았고 크게 계획만 세우고 유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우리의 성격상 "이왕 간 김에 다 봐야 해!"라고 할 거기 때문에 최대한 이런 건 자제하고..



3. 숙박


28일(일), 29일(월) 이틀은 3성급 호텔에서,

30일(화)은 하롱베이 크루즈에서,

31일(수), 1일(목) 이틀은 3.5성급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3성급 호텔은 하루 3만원 수준, 3.5성급 호텔은 하루 7만원 수준이었다.

크루즈는 3성급 수준이었는데 1박 2일 일정 1인당 약 120달러?



4. 환전


미국 달러를 현지에서 베트남 동으로 환전하기로 했다.

문제는 작년 7월 캄보디아에 갔을 때보다 달러 환율이 많이 올랐다.

1,090원? 세상에!


오빠와 각자 서랍에 있던 달러를 모두 털어 모았다.

380달러가 모였다.

예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권, 숙박, 하롱베이 일정을 미리 지불하고 나니

현지에서 달러로 감당할 부분은 교통비, 식비, 그 외 입장료, 선물 구매비 정도였다.

380달러면 가능할 것 같았다.



5. 예산


항공권 : 132만원

숙박 : 20만원

하롱베이 : 240달러

교통비 : 9만원 (공항 왕복 택시비 등)

식비 : 15만원


합계 : 201만원


선물 사고 이러면 200만원 훌쩍 넘는다!

여행 적금으로 200만원 넘는 돈을 모으긴 했지만, 부담이 되기 때문에

150~200만원 정도로 여행 경비를 잡고 싶었는데 실패!!!




선 이걸로 하노이 5박 7일 연말 여행 개요 끝!

빠른 시간 내에 여행 후기를 적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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