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 삶의 목표를 다시 생각하고 배움에 대한 욕구를 불태웠던 때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12년 12월에 있던 대선 결과 발표 후, 두 번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후였다.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가치관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여느 대형사고와는 다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과 상실감, 박탈감을 안겼다. 국민들은 매스컴과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배가 가라앉는 것, 구조하는 모습, 실종자가 사망자가 되는 것까지. 다른 사고와는 달리 발 빠른 대처만 있다면 배 안에 갇힌 탑승객을 구출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안타까움만 더해갔다. 현재 2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아직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된 상태다. 일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구조작업에 대해 네티즌들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설마 그럴까 하고 믿고 지켜봤다. 그러나 4일째인 토요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데, 왜 국민은 진실을 들을 수 없는 것인지, 왜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구해달라고 빌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이 세월호 침몰 사고 역시 핵심은 간단했다. 배가 침몰했고 시간은 얼마 없으며 모두가 합심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신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민국은 동상이몽이었다. 언론은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지 경쟁하는 듯 했다. 정계는 이것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정부는 숨기기 급급했으며 그 수장은 책임을 회피했다.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할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들은 물론 실종자 가족들까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길이 없어 혼란에 빠졌다. 사고발생 12일째인 오늘도 여전하다.


  이전까지의 나는 역사를 배우고 싶었다. 고조선부터 근현대사에 이르는 역사를 공부하고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미래의 대한민국은 미리 대처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진실을 볼 줄 알고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에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약한데 어떻게 사랑하는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됐다. 내가 힘이 없으면 나라에서 나와 가족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정부에게 그나마 있던 믿음이 사라졌다. 씨랜드 화재 참사로 아들을 잃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어떤 분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조금씩 침몰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또 내 조국을 떠날 생각까지 하는 내가 밉다. 그렇지만 나는 내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생각하며 공부하련다. 생존을 위해 영어를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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