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투표 신청서를 출력해 정성스럽게 기입한 후 우체국에 찾아가 접수를 했다. 그러고 1주일 정도가 지나자 등기우편으로 부재자투표 관련 서류가 내게 왔다. 뭔가 역사적인 순간이 스쳐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재자투표소를 검색했으나 아직 안내 전인 것 같아 기다렸다.

  내일이 당장 부재자투표날인데 장소를 확인했다는 생각에 검색을 했더니 지역별로 안내가 되어 있었다. 어디 보자, 여의도에는 어디에 있나. 영등포구에 딱 하나 있었다. 주소가 국회대로로 되어 있어서 가깝겠구나 했는데 이럴 수가. 영등포구청역 부근이었다. 또 가까운 곳은 노량진역 근처. 회사가 몰려있는 여의도 땅에는 부재자투표소가 없었다.

  우선 부재자투표소의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부재자투표는 군인과 타지에 살고 있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주요 신청자일 것이다. 후자의 경우 학교나 직장 부근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것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구청이나 문화회관 근처에는 직장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대학교야 그 안에 설치를 하면 된다지만 직장인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회사가 몰려있는 쪽에 최대한 부재자투표소의 설치를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투표시간에 문제가 있다. 원래의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왜 부재자투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일까? 그 시각은 우리도 알다시피 한창 수업을 듣고 있거나 업무를 보고 있을 시각이다. 아침 일찍 투표를 한다거나 집에 돌아가며 투표를 할 수 없다. 방법은 하나, 중간에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투표소가 멀다면 걸리는 시간 역시 늘어난다.

  고민이다. 입사 한 달도 안 된 신입이 어떻게 부재자투표소까지 갈 수 있을까?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투자되는 왕복 차비에 시간을 따진다면 오히려 투표 당일에 일찍 투표소로 향하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

  대학교에 설치된 부재자투표소가 29개로 늘어났다는 보도가 인터넷에 자주 보인다. 그러나 부재자투표에 대한 기본적인 상황이 이러한데 마치 우리는 국민들의 권리 행사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투로 들려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 투표에 대해 이렇게 열을 올리는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것일까? 남은 이틀, 11일에 봉투 2개를 들고 투표소에 갈지 고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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