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조금 특별하고 신선한 느낌의 전시를 진행하는 대림미술관. 슈타이들 전 이후 대림미술관을 두 번째 방문했다. 폴 매카트니의 부인이자 유명 사진작가인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전시를 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 첫째, 폴 매카트니와 비틀즈를 좋아하지 않고, 둘째,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작가인데 내가 뭘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생각은 린다 매카트니를 무시하는 생각이 아니다. 예술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유명하거나 이름 있는 사람의 전시부터 가보자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가기로 결정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했고 대림미술관의 안목을 믿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 평일 오전이었기 때문에 미술관 앞에 늘어선 줄은 없었다. 티켓을 사고 입장을 했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은 폴 매카트니의 부인으로 알려진 린다보다 가족과 음악을 사랑하고 동물과 사회에 관심을 가진 사진 작가로서의 린다에 집중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여섯가지로 나눠져 있다. 폴 매카트니와 자녀들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섹션을 시작으로, 사회에 대한 린다의 생각, 뮤지션들과 함께한 시간들, 투병으로 어두워져가는 후기 작품까지, 린다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1시간 정도 돌아본 린다 매카트니의 전시, 좋았다. 첫째는 사진에 대한 린다의 생각이 평소 내가 가진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가족과 현재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린다의 사진에는 작가나 모델(혹은 피사체)이 설정한 포즈나 구도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했다. 나도 웬만해서는 억지스러운 모습보다는 운전하는 모습, 책을 보는 모습 등 일상의 한 순간을 렌즈에 담으려고 한다. 또한 린다는 가족을 매우 사랑하여 사진에 린다의 애정어린 시선이 모두 담겨있다. 사랑하는 사람, 그와의 결실로 얻은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


  린다의 사진은 사진은 물론 가족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녀는 따뜻한 사람, 멋진 사람.



2015년 3월 1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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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지브리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전시를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시. 애니메이션 관련 전공을 했거나 이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브리의 레이아웃 구성 방식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전시 취지대로 '비밀설계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


  나는 전자에 속했기에 용어 설명부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시된 레이아웃에는 일본어가 쓰여 있었는데 극히 일부만 번역을 해서 설명을 해둬서 답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몇몇 사람들은 돈이 아까웠다, 괜히 갔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나도 갈까말까 고민을 했다. 1인당 1만5천원이라는 돈은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알폰스 무하 전을 갈까도 했으나 결국 지브리 행. 가길 잘했다.


  왜냐? 홍보대행사에서 흔히 행하는 보도자료 배포, 홍보동영상 제작, SNS 관리 등 대중이 보기에는 하나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밤샘과 야근으로 점철된 작품이듯 지브리의 애니도 툭하고 나온 '만화'가 아님을 재차 느꼈기 때문이다. 기획자의 생각과 전개방향 등 모든 핵심을 담고 있는 레이아웃들을 보자 마치 내가 일개 그래픽 디자이너나 채색팀 막내가 된 것처럼 짠해졌다. 또 깨달은 것은 인물이나 물체의 이동속도도 미리 정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숫자와 친해야 한다는 것. 아, 앞으로 지브리를 포함한 모든 애니를 볼 때 여러가지가 신경쓰일 것 같다.



2013년 7월 2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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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때부터 박효신 노래를 들었다. 비록 어리고 사랑에 대해 알지는 못했지만 굵직한 목소리가 좋았다. 그래서 1집부터 차곡차곡 모았고 그의 노래는 나의 위안이 되었다.


  2012년 11월 13일, 뒤늦게 콘서트 사실을 알았고 군 제대 후 첫 콘서트라기에 충동적으로 예매를 했다. 12월 28일 금요일 8시, 29일 토요일 7시 두 번의 공연이었는데 평일보다는 주말이 나을 것 같았다. B석으로 하려고 했으나 마땅한 자리가 없어 77,000원 하는 A석으로 확정.


  아래는 29일 공연의 선곡표. (틀릴 수도 있음^^)


Gift

The Castle Of Zolta

It's Gonna Be Rolling

사랑 사랑 사랑

(멘트 : 오프닝)

Only U

흩어진 나날들

추억을 사랑을 닮아

(멘트 : 군 시절 이야기)

푸른 소나무

멋진 사나이

사랑하는 전우야

바람이 분다(이소라)

(영상 : 꼬마)

1991年 찬바람이 불던 밤..

나처럼

동경

사랑한 후에

(영상 : 카톡)

눈물날려 그래

안녕 사랑아

편지

(영상 : 헤어진 후)

좋은 사람

눈의 꽃

(영상 : 19금)

스토킹

Fantastic Baby(빅뱅)

Without You(David Guetta)

Moves Like Jagger(Maroon 5)

Happy Christmas

(멘트 : 위안)

그립고 그리운

(앵콜)

Gift



좋았던 노래 몇 곡.

- The Castle Of Zolta : 오프닝격으로 불렀던 'The Castle Of Zolta'를 듣고 눈물나는 줄 알았다. 효시니 어빠의 노래를 직접 듣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원래 이 노래가 신나는 노래인 건 알았으나 직접 들으니 더 신나고 '아 내가 정말 콘서트에 왔구나' 싶었다.

- Only U : 박효신이 이렇게 섹시했나? 'Yeah It's only u'하는 부분이 너무 달달하게 들렸다. 콘서트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 계속 듣는다.

 - 1991年 찬바람이 불던 밤.. : 박효신이 어린시절에 썼던 일기를 토대로 직접 작사/작곡을 한 노래. 그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 좋았다,

- 그립고 그리운 : 5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자 박효신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몇 곡에 손꼽히는 노래. 들을 때마다 마음이 허해지는 것이 덤덤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계속 쳤다.


  눈이 오는 날, 워낙 정신없이 갔던 콘서트라 김연우 콘서트 때와는 달리 공연장 앞에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차 시간 때문에 앵콜곡도 들을 수 없었다. 콘서트에 다녀와 생각하니 내가 과연 콘서트에 다녀왔던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멍했다. 꿈이었나? 그렇지만 몇 곡의 감동적인 노래들이 내 귓가에 지금도 맴돌아 내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 굿즈로 사 온 비치타올.. 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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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한 시기에 전시중인 고흐전에 갔던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바티칸 박물관전(이하 바티칸전). 나도 갔다. 푸르덴셜더클럽을 통해 2,000원을 할인 받았다. 바티칸전에 다녀온 사람들은 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성경을 읽거나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갈 것을 충고했다. 꼭 그래야지 했는데 무방비 상태로 갔다.


  바티칸전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부터 전성기(14~16세기)의 예술품들 중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된 르네상스 시대 73점의 작품들을 전시한 전시회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배우 손현주씨가 했는데 그의 묵직하면서도 진솔한 연기처럼 설명 역시 내 귀에 차분히 앉았다. 배경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바티칸전만큼은 오디오 가이드가 필수일 것이다.


  서양은 예수와 그와 관련된 문화가 모든 것의 기본이다. 우리나라가 부처나 토속신앙에 대한 옛 이야기나 노래, 그림 등이 넘쳐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 생활양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던 작품이 있다.





프라 안젤리코. 성 도미니코 / 알렉산드리아의 성 카타리나와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 예수 / 1435년경 / 24.4×18.7cm


  이것은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인데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묘사가 꽤나 섬세하다. 실제로 이 작품을 보면 금색 배경과 사람들의 머리에 있는 후광이 금을 붙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반짝인다. 작품이 A4의 반 정도 될까? 가까이서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작가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작으나 절대자에 대한 작가의 순결한 마음만은 크다. 비록 내게 신앙심은 없지만 이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작품을 완성해가며 자신의 정성을 더욱 쏟았을 프라 안젤리코를 생각하니 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전시회장을 나가면 포토존처럼 몇 가지 작품들을 인쇄본으로 걸어놓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도 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설레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작품만 따로 찍기도 했지만 역시 원래 작품만 못하다.


  말로만 듣던 피에타를 보고는, 예수보다 성모 마리아가 더 크고 젊게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과 25세의 미켈란젤로가 이것이 본인의 작품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반항이라도 하듯 성모 마리아의 가슴 띠에 이름을 새긴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물론 인터넷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알 수 있을만한 사소하고도 기본적인 것이었겠지만 직접 작품을 보고 그 자리에서 설명을 들으니 더욱 효과적이다.


  기본 지식이 워낙 부족해 감동을 덜 느낀 걸 수도 있겠으나 아쉬웠던 점이라면 라파엘로 등 거장들의 작품들이 사진으로 찍은 이미지로 걸려있던 것이다. 아네테학당과 같이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봤던 작품들이 미술책에 실린 것과 다를 바 없이 작게, 약간 성의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물론 바티칸 박물관과의 사정이라던가 이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와 같은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부분은 안타까웠다.


  바티칸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번의 간접 체험으로 실제로 바티칸에 가 작품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중에는 이런 작품들을 하나라도 더 내 가슴 깊이 느끼고 싶기도 하다.


2012.12.27(목)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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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0일,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자 무작정 고흐전을 보러 갔다. 사진전은 몇 번 갔었으나 그림전은 처음이었다. 미술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고흐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면 다 방법이 있겠거니, 그런 생각이었다.


 반 고흐의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2012년 11월 8일부터 2013년 3월 24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고흐전의 두 번째 전시로 10년 동안 화가로 활동한 고흐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하는 파리시기(1886.3~1888.2)의 유화작품 60점을 볼 수 있다. 또한 전세계 반 고흐 개인전 중 가장 많은 자화상이 소개된다고 한다.


  감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을 사로잡은 작품이 하나 있었다. <황혼녘의 가을풍경(Autumn Landscape at Dusk), 1885>이다. 네덜란드에 있을 시절에 고흐가 그린 그림으로 굵은 붓터치에 어두운 분위기를 추구했던 시기 말미에 그린 그림이라고 기억한다.




Vincent van Gogh

Painting, Oil on Canvas

Nuenen, The Netherlands: October - November, 1885

Centraal Museum

Utrecht, The Netherlands, Europe

F: 121, JH: 956


  사라져가는 빛을 홀린 듯 바라봤다. 황혼, 그것은 해가 질 때 어스름한 빛. 주위는 모두 어둡고 저 끝에 있는 마지막 빛만 반짝인다. 저 빛이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자 그림의 제목에서 이미 황혼이라고 밝혔음에도 우습게도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희망의 빛이라고 느껴졌다.


  해는 지고 있다. 그림에 있는 사람은 아마 집에 돌아가 내일을 준비할 것이다. 해가 진다고 지고 있는 상황 자체를 부정하고 그것에만 시간을 쓴다면 내일이 왔을 때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가정을 하자. 해는 뜨고 있다. 우리는 뜨고 있는 해를 등지면 안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슬퍼해서는 안 된다. 해는 뜨고 있기 때문에. 낮 시간에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해야 한다.


  시간 순서 상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 마치 동시에 일어나는 일처럼 여겨졌다. 그림 속의 사람이 마치 나 같고 우리 같았다. 가슴 한편이 먹먹했다. 먹먹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왔음에도 다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황혼녘의 가을풍경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내 마음을 발견한 것이 이번 전시회의 첫 번째 성과라면 두 번째 성과는 포스터에 메인으로 실린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Felt Hat), 1888>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서 한 관람객이 커터칼로 고흐의 자화상을 X자로 그어버렸다. 공을 들여 복원 작업을 했지만 그림을 밑에서 보면 고흐 얼굴에 남아 있는 선명한 X자를 볼 수 있다. 인쇄된 그림이나 이미지 파일로는 볼 수 없기에 더 가치있었다.


  자기 눈에 좋은 그림이 좋은 그림이고 그것이 그림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황혼녘의 가을풍경을 시작으로 내가 좋아할만한 그림을 찾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전시회에 갈 계획이다.


  +) 푸르덴셜더클럽 회원은 2000원 할인 받을 수 있다. 난 이 사실을 전시회 다녀오고 알았다..^^


2012.12.20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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