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마시는 술, 편하게 대화하자고 마시는 술. 그 술이 누군가에게는 정보를 캐내기 위한 하나의 열쇠였다. 그 상황에서 먹지 않겠다고 딱 잘라 거절해도 이상하고 주는 대로 받아 마시는 것도 좋지는 않다. 약을 먹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핑계, 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 핑계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계산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그저 아이일 뿐이다. 손님을 추켜세우는 정도에 따라 너무 심하다, 그건 약하다 하면서 ‘적정 수준’을 요구한다. 동시에 이 술자리의 주인은 당신이라며 반대의 말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반대의 탈을 쓴 장난스러운 말도 통하지 않는다. 겉도 속도 모두 ‘어린이’를 향해야 한다.

  모두 비 오는 금요일 밤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도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또 그 날에 술자리가 잡힌다면 나는 그 동안의 실수를 곱씹으며 귀만 열어둘 것이다. 절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동의의 말’만 할 것이다.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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