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눈을 뜨기 힘들고 피곤하군. 이런 게 바로 피곤한 거겠지? 커피도 좋고 녹차도 좋지만 그럴 때면 유독 생각나는 것은 김이 폴폴 나고 달달한 향이 짙은 코코아.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을 통해 제조된 코코아를 먹은 적이 있다. 코코아 가루는 물론 설탕도 공정무역이었다. 뿌듯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마셔봤으나 싱거웠다. 싱거운 코코아를 먹고 있으려니 어린 시절 먹었던 코코아가 생각났다. 겨울에는 매번 엄마께서 코코아를 식탁 위에 사두셨다. 그 후 뭔가 마시고 싶을 때에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 밥 숟가락으로 코코아 가루를 떠서 코코아를 타 마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섯 숟가락을 넣어도 일곱 숟가락을 넣어도 코코아는 싱거웠다는 것이었다. 가끔 마트에서 그 때 그 브랜드로 추정되는 것을 보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진하게 내린 커피를 즐기는 편이지만 가끔은 진한 코코아가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커피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과 마셔야 할 것 같고 코코아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눈 친구와 마셔야 할 것 같다. 코코아가 든 잔을 두 손을 모아 쥐고 있으면 그 온기가 온몸에 전해져 온다. 쉬고 싶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을 때 코코아가 생각난다.
온몸을 녹아 내리게 하고 싶다면 우유를 준비하자. 머그잔에 우유를 담고 물에 중탕을 한다. 따끈한 해진 우유에 코코아 가루를 타고 휘휘 저어서 먹으면 그렇게 부드럽고 달 수가 없다. 컵에 열이 가해져서 인지 더 오래 열이 지속되고 좋았다. 내 몸은 녹고 녹아 증발해버렸다.
따끈한 코코아를 마시며 외국 드라마 몇 편 편하게 앉아서 보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