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영화를 보는 내내 색안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각들이 들어 살짝 머리가 복잡했다. 배우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지만 관객들에게 울 것을 강요해 마음이 불편한 영화,라는 수식어가 '7번방의 선물'에 붙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이런 장치들을 설치했을지 어느 정도 짐작은 갔지만 예상보다 많았다. 마음을 추스리려고 하면, 영화의 맥이 끊길 때 즈음 관객들을 울컥하게 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불호라고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류승룡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딸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용구는 딸 예승이밖에 모른다. 예승이에게 그놈의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려고 마트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러다가 경찰청장의 딸의 죽음에 휘말려 교도소까지 가게 된다. 지적장애가 없는 사람이 딸이 보고 싶다고 엉엉 울어도 주위 사람들이 충분히 감동했겠지만, 모두가 바보라고 생각하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용구가 딸만은 잊지 않으니 더 감동이다. 거기에 7번방의 죄수들이 감동하고 교도관이 감동하고 보안과장까지 감동한다. 그들은 용구가 경찰청장의 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마음을 모은다.


  모두의 노력은 권력을 쥔 사람 앞에서 무참히 짓밟힌다. 2심에서 자신이 결백함을 증명할 발언들을 거듭 연습했던 용구였지만 그 아이를 죽였냐는 말에 본인이 했다고 답한 것은 그가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무죄를 주장하면 예승이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찰청장의 말, 니가 죽어야 딸이 산다는 국선변호사의 말이 용구의 지극한 부성애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모자른 용구의 판단에도 자기가 죽어야 예승이를 살릴 수 있었다. 권력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억지 설정? 맞다. 감방에 예승이가 들어온 것도, 교도소 전체가 용구를 도운 것도, 용구의 탈출을 위해 기구를 만든 것도 억지스러웠다. 그렇지만 20대 취업률이 최저다, 집값이 하락한다, 경제가 어렵다,와 같이 각박한 뉴스만 들리는 세상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 그 기본적인 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7번방의 선물이 고맙다. 나는 얼마나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했는가, 나는 나중에 얼마나 내 자식을 사랑할 것인가, 또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계속 고민했던 것들이 더욱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1년 뒤 오늘은 지금보다 덜 고민했으면 좋겠다.


2013년 2월 16일(토) 롯데시네마 안양

'느낀 것 > 본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개츠비  (0) 2013.06.20
오블리비언  (0) 2013.04.21
레미제라블  (0) 2013.01.23
호빗 : 뜻밖의 여정  (0) 2013.01.09
브레이킹 던 part 2  (0) 2012.12.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