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완결이 났다. 1편인 트와일라잇이 개봉한 후 주인공이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으며 연인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벨라와 에드워드 커플을 실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했다. 그러나 브레이킹 던 part2 개봉을 몇 개월 남겨두고 크리스틴이 불륜을 저질렀고 둘이 헤어졌다. 실제로 에드워드와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건지 사람들이 말하는 글로벌 호구인 건지 영화 마케팅을 위해서인지 로버트는 크리스틴과 다시 만났고 영화는 개봉했다.
불륜으로 둘의 사랑은 흠집을 남겼지만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오고 볼투리가라는 뱀파이어 집단이 나오는 등 살짝은 유치한 설정으로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지만 유치해서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한 여자만을 끝없이 사랑하는 남자. 모든 것이 완벽한데다 사랑하면 안 되는, 언제나 피를 갈구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뱀파이어. 사실 뱀파이어라는 설정 자체가 이상하게 가슴 설레게 한다.
브레이킹 던 part2는 상당히 영리한 영화이다.
벨라는 뱀파이어가 됐다. 컬렌가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에밋을 팔씨름으로 이길 정도이다. 그런 힘센 그녀를 화나게 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제이콥 때문이다. 자신과 에드워드 사이에서 태어난 르네즈미에게 제이콥이 각인된 것이다. 늑대의 습성으로, 한 사람에게 각인되면 세상은 그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제이콥은 컬렌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미래를 볼 줄 아는 앨리스는 볼투리가가 르네즈미를 죽이러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볼투리가는 르네즈미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 뱀파이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존재가 인간에게 드러날 위험이 있기에 직접 처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컬렌가 사람들은 르네즈미가 불멸의 아이가 아니라 혼혈임을 증명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친지와 동료들을 증인으로 초청한다.
브레이킹 던 part2가 왜 영리한 영화인가 하면 마지막에 나오는 전투신을 책과 다르게 박진감 넘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컬렌가&늑대 연합군과 볼투리가가 으르렁대다가 앨리스가 데려온 혼혈 뱀파이어를 데려와 위험은 없음을 완벽하게 증명해 좋게 마무리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칼라일이 죽는 것을 시작으로 컬렌가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들이 죽는다. 볼투리가 사람들도 죽고 아로도 죽는다. 사실 이 치열한 전투는 앨리스의 머릿속에 있는 미래로 이것을 아로에게 보여줘 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득이라는 것을 인지시킨다. 반전 탓에 물음표가 머리를 가득 채울 정도로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감독이 만약 책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왔다면 너무 맹맹해서 물음표가 아니라 허무함만이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뱀파이어 영화들은 여자의 피만을 탐하거나 어둡디 어두운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사랑에 사로잡힌 뱀파이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진정한 사람을 꿈꾸는 여성들의 마음을 한번에 빼앗았다. 사실 이것은 뱀파이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안 하던 것도 하고 바보 같은 행동도 한다.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콥의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자신도 모르게 르네즈미에게 각인되어 평생 그녀를 지키게 되는 제이콥. 각인을 인간에게 대입하면 운명적인 사랑, 치명적인 사랑 정도가 될까? 그러한 사랑의 근원에는 상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은 흘러가고 그건 본인의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이 사라지면 어찌되겠는가. 죽는다. 각인은 그런 느낌일 것이다.
추운 겨울에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1편 이후로 맹맹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무리가 잘 되어서 흐뭇하다.
2012.12.02(일) 롯데시네마 안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