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내가 선호하지 않는 영화, 선뜻 보지 않는 영화는 무서운 영화, 잔인한 영화다. 좀비물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월드워Z'는 개봉 전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재난, 지구종말의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련 기사나 예고편만 보더라도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이건 꼭 봐야 해!!


  전직 UN 조사관인 제리 레인은 부인과 딸 둘과 함께 필라델피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오전에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거리에서 이상한 일을 겪는다. 난리라도 난 것처럼 사람들이 도망치고 몇몇은 짐승처럼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물고 공격한다. 물린 사람은 10초만에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제리는 친구이자 UN 사무처장인 티에리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하게 되지만 이것은 사건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제리를 이용하기 위한 것. 가족들을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하기 위해 제리는 목숨을 건다.


  영화는 생태계의 교란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신선했다. 그러나 영화 중간중간 황당하기도 했고 불쾌하기도 하더니 끝으로 갈수록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월드워Z는 코믹 영화다.

  -마트에서 딸의 천식약을 가져가려던 제리를 막는 남자는 인상만 쓸 뿐 친절하게 약을 건넸고 특정 약 이름을 대며 추가로 줬다.

  -바이러스 박사가 도망치다가 미끄러져 본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진다.

  -평택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제리에게 부인의 전화가 와 벨소리가 울렸고 좀비가 다 깨어났음에도 지휘관은 농담을 던진다.

  -세계보건기구 B동의 상황을 CCTV로 보게 되는데 좀비들이 바보들처럼 어기적거린다.

  -B동 병균실에 들어간 제리가 나가려는 순간 좀비가 이를 딱딱대며 입맛을 다신다.

  -좀비들에게 안 보이게 된 제리가 자판기에서 펩시를 꺼내 마신다.


  월드워Z는 불쾌한 영화다.

  -우리나라가 나온다기에 기대했지만 비오는 평택이 잠깐 나오고, 지푸라기가 가득한 방에 환자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대비에 철저한 나라이자 난민들을 받아준 관대한 나라로 묘사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마이크로 노래를 불러 좀비들을 불러모아 벽을 넘게하고 함락되게 한 여지를 제공한 민폐국으로 표현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좀비 사태를 뛰어난 영상미로 표현한 것은 정말 박진감 넘쳤다. 예루살렘의 성벽 밖에 좀비들이 우글대는 모습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또한 소리에 민감해서 작은 소리에도 미친듯이 뛰어오는 좀비들을 보며 "내가 저기에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 속으로 무릎을 꿇었다. 원작이 좀비에 대한 보고서의 형태를 띄어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제리의 노련한 모습이 좀비를 대하는 정석인 양 여겨졌다. 팔과 다리에 잡지를 감거나 막대기에 칼을 붙여 무기를 만든다거나 입에 좀비의 피가 들어가 바로 가족들에게 가지 않고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10초를 세는 모습들은 교과서를 보는 듯 했으며 역시 사람에게는 기술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후속작이 나올 거라던데 후속작에서는 백신을 기반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2013년 6월 29일(토) 롯데시네마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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