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요즘 유독 고민도 많고 힘들다.

  첫째,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내게 맞는 것인지,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다. 홍보 일을 시작한 지도 며칠만 지나면 1년 반인데 제안서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쓰면 욕을 먹는다. 이게 뭐냐고.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이 정도이면 나는 제안서 작성에는 영 재능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칭찬을 받고 싶은데 답답하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다. 난 갑자기 투입이 되었고 촉박한 시간에 쫓기며 일했다. 그 사람의 말은 나름의 친절이었겠지만 내게는 큰 부담이었다. 집중을 해야 할 상황에서 혼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결과는 뻔했다.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앞으로 3주 정도는 정말 바쁠 텐데 답답하다.

  둘째, 애 낳으라는 소리 좀 그만해라. 오늘 교회에서 애 언제 낳을 건지, 빨리 낳아야겠다는 이야기를 내내 들었다. 내게도 계획이 있다. 애가 싫어서도 아니고 오빠와 나의 미래에 아이가 없어서도 아니다. 잘 낳아서 잘 키우고 싶어서 불가피하게 예정일을 미룰 수밖에 없었고 '내년 하반기'라는 계획이 있다. 나의 출산과 육아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 있다. 나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고 일의 특성상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을 종종 하며 경제적 사정을 고려했을 때 일을 계속 해야 한다. 내가 세운 대비책은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어서 내 가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나도 미치겠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회사에서 아니라고 하면 어쩔 건데? 회사에서 배려를 해줘도 동료들이 아니라고 하면 어쩔 건데? 나라에서는 여자를 아이 낳는 기계로 취급하고 사회진출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몰아세운다. 직접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제발 욕하지 마라. 아무리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여자들에게 벌어지고는 한다.

  내 이 답답한 마음을 오빠 말고 누구에게 말하리오. 너무 답답해서 가만히 있다가도 숨이 가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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