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사이드 아웃(2015)
감독 : 피트 닥터
출연 :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민디 캘링, 빌 헤이더, 루이스 블랙 등
평점 : ★★★★
관람 : 2015년 7월 26일(일) 롯데시네마 광명아울렛
* 스포주의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 하여 표현한 첫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피곤함이 느껴지면 어떤 광고의 영향 때문인지 '내 어깨에 피로가 앉아있다'는 식의 표현을 하는데 아마 인사이드 아웃 개봉 이후에는 '내 까칠이가 반응했어'라든가 '버럭이가 난리다'라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주인공인 11살 소녀 라일리는 평탄한 삶을 살다가 이사라는 큰 경험을 하게 된다. 어른들이 보기에 이게 무슨 큰 경험이겠냐만은 기후도 다르고 집의 분위기도 다른,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은 무슨 일 있을까 싶은 11살 소녀에게는 너무나 큰 변화였다. 마침 이때 언제나 칙칙한 모습으로 조이에게 매번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슬픔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를 치게 되는데 설상가상 조이와 슬픔이가 중앙통제실을 비우게 되는데 라일리의 감정은 거듭 무너진다.
나는 전 회사에서 2년 넘게 일하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났을 때였을까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모든 것을 내려뒀다. 물론 그런 후에도 가끔 그들을 생각하면 자려고 누워있다가도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었지만 전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난 후, 나는 생각했다. 남들보다 내가 까칠이와 버럭이가 조금은 힘이 센 것 같다고. 라일리의 엄마는 슬픔이가 메인 감정이고 라일리의 아빠는 버럭이가 메인 감정이다. 남들이 10번 중에 2번 버럭대고 내가 4번 버럭댔다고 해서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말도 걸지 않는 건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섬 중 하나가 '배척섬'이 있기 때문이겠지. 라일리도 큰 변화를 겪는 와중에 머릿속에 난리가 나 옛 친구들과 다투게 되고 새로 다니게 된 학교에서 친구들과 멀어지는데 변명이라면 나도 당시 이와 같은 시기는 아니었을지. 다행히 그때 무너진 내 '관계섬'이나 '엉뚱섬' 등은 지금 어느 정도 복구가 된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에는 '빙봉'과 같은 존재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슬프지만 빙봉이 어린 라일리가 올바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내게도 '빙봉'이 있는 것 같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나를 6년 전부터 잡아주고 이끌어준 나의 소중한 사람. 덕분에 내 안에는 '사랑섬'을 시작으로 또 다른 '가족섬', '도전섬' 등 멋지고 소중한 섬들이 생겨났고 흔들림 없이 잘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가진 감정 중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라일리도 슬픔을 겪고 나름의 해결책을 얻어 기쁨을 얻은 것처럼, 나도 슬픔이가 나를 심하게 흔들어댄 결과 빙봉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도 나는 나만의 자아를 충실이 만들어가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11세 라일리는 앞으로도 여러 변화를 겪을 것이다. 나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는 절대 나 자신을 하찮게 여기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겠다. 다소 남들과는 다르더라도 이것이 나만의 방법이겠지.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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