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 직장인 홍보대행사에 다닐 때는 일 때문에라도 뭔가를 계속 읽고, 듣고, 봐야 했다. 넓고 얕게. 그러다가도 제안서를 준비할 때는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이직을 하고, 일까지 그만두니 이 모든 것이 오랜 일처럼 느껴졌다. 옛일을 떠올릴 겸, 아파트에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렸다.


책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의 흐름을 정리하고, 2017년 소비트렌드를 살펴본 후, 2018년 소비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변화한 요즘에 관해 많은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나 자신'이다. 유명한 어딘가를 가기보다는 동네 카페나 식당에 가는 것을 선호하고, 직장에서 야근과 밤샘을 하기보다는 퇴근 후 취미생활에 전념하려는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을 넘어 내 마음이 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심비를 따지고 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내 가치관과 신념에 얼만큼 부합하는지 등을 생각하고 있다.


새해부터 세 줄 일기를 쓰고 있다. 방송인 정선희씨가 '세바시'에서 '스트레스를 디자인하라'는 제목으로 제안한 내용이다. 첫째 줄에는 하루 중 가장 안 좋았던 일, 둘째 줄에는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일, 셋째 줄에는 내일 할 일을 적는 것이다. 이 일기를 쓰면 나에 대해 알게 된다고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일기를 쓴 지 두어 달 정도 됐을 때 깨달았다. 나는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그 정도가 심할 때는 읽고 쓰는 것을 하루에 다 진행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잠깐이라도 일기를 쓰면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토록 '먹물'이었는지 육아를 시작하고 알게 됐다. 육아 초기에 내가 한없이 우울했던 것도 뭔가 읽고 쓸 시간과 여유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게 있어 소확행은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하루를 마무리 하며 생각을 글로 적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모차를 끌고 집 앞 하천에 나가 아이가 잘 때 책을 읽는 기쁨에 빠졌다. 몇 시간 정도 온전히 너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느냐고 누군가가 만약 묻는다면 책을 읽겠다. 공허함 없이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일.


잠깐 이야기가 샜다. 독서를 시작으로 시사라디오도 다시 듣고 있다. 예전처럼 넓고 얕게, 세상을 접하고 우리집 가장 꼬마에게 들려줘야지.


2018년의 1/4분기가 지나기 전에 이 책을 읽어 다행이다. 속성으로 최근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읽어보길.


+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펴내는 것도 '토 나오는' 일이었을 텐데 12년간의 내용을 다시 정리했다니. 같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훑어봤을까. 연구원들 정말 대단.



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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