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
감독 : 짐 자무쉬
출연 :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턴, 미와 와시코브스카, 안톤 옐친, 존 허트 등
평점 : ★★★★
관람 : 2014년 1월 19일(일) 롯데시네마 신도림
* 스포주의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인간의 창작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영화 '드라큘라',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그리고 요즘 10대들이 기억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까지, 이들은 흡혈귀이지만 때로는 사랑 앞에서 약하고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부분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뱀파이어 커플의 일상을 보여준다. 둘은 누군가가 늙어 죽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봐 안절부절 못한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아담, 모로코 탕헤르에서 책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이브가 주인공이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파괴하고 무지함만이 가득한 인간을 아담은 증오한다. 이브는 아담과 애틋하게 화상통화를 하던 중 아담이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담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던 중 애바가 아담과 이브 앞에 나타난다. 애바는 이브의 동생으로 지나친 자유분방함 때문에 이들이 인간들에게 노출될 위험을 제공했었던 인물.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는 듯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역시나 또 위기로 변한다. 아담의 친구 이안을 애바가 죽인 것이다. 결국 아담과 이브는 은신처를 떠나 모로코로 향한다.
뱀파이어 영화 특유의 박진감과 애절함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맞지 않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뱀파이어의 삶에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세상을 떠난 위대한 예술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보여준다. 그들은 타인의 집에 들어갈 때 미리 허락을 구하며 상대와 악수할 떄는 장갑을 벗는다. 뱀파이어만의 인사법이다. 인간보다 예의가 바르며 남을 생각할 줄 안다. 심지어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근처 병원에서 돈을 주고 피를 구입해서 마신다.(사실 신선한 피를 마시기 위해서이지만)
동시에 뱀파이어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오래 살아서 좋다? 멋진 음악과 좋은 작품들을 계속 접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이들에게 삶은 너무나 무료하다. 결혼을 세 번이나 했을 정도로 오래 살아온 아담과 이브에게는 살아가는 것은 그저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불과하다. 쉬고 싶었는지 아담은 준비해둔 권총을 만지작 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공포의 대상 혹은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인 뱀파이어를 만났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는 예술을 사랑하고 세상을 걱정하는, 한편으로는 우리의 모습을 닮기도 했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지닌 뱀파이어를 만날 수 있다. 거친 세상에서 아담과 이브를 버티게 하는 것은 음악과 사랑이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때묻지 않고 고유의 색을 가진 악기를 선물 받고 좋아하는 아담, 거리에서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인간 연인에게 매료되어 다가가 송곳니를 드러내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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